죽기 직전, 주마등 현상의 과학적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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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주마등 현상의 과학적 비밀: 뇌 전기신호 급상승의 이유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난 사람들은 흔히 “지나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라는 말을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영어권에서도 ‘Life flashed before my eyes’라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 주마등 현상이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뇌가 의도한 현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시간대 연구팀의 발견
미시간대 의대 지모 보르지긴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산소호흡기를 달고 연명 치료를 받던 환자 4명의 뇌파를 분석했다. 이 환자들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산소호흡기를 제거하여 연명 치료를 끝내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뇌파 변화를 관찰했다.
뇌파의 급상승
분석 결과, 환자 4명 중 2명의 뇌가 산소호흡기 제거 후 사망까지 약 500초 동안 최대 250㎐(헤르츠)에 가까운 전자파를 방출했다. 전자파는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만나는 ‘정수리 관자놀이 후두골 지점(TPO Junction)’에서 발생했다. 이 지점은 인간 뇌에서 기억에 관한 정보를 출력하는 곳이다. 이는 2013년 보르지긴 교수가 실험용 쥐의 뇌파를 측정했던 결과와 일치한다.
감마파의 역할
연구팀은 또한 사망한 환자들이 뿜어낸 전자파가 감마파임을 확인했다. 감마파는 인간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거나 복잡한 정신적 활동을 수행할 때 뇌에서 감지되는 전자파다. 큰 행복을 느끼거나 렘(REM) 수면 상태에서 꿈을 꿀 때도 강한 감마파가 발생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주마등 현상이 실제로 뇌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추가 연구의 필요성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주마등 현상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립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험 대상이 4명으로 적었고, 이들 모두가 산소호흡기 제거 후 사망하면서 실제로 주마등 현상을 겪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이론: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파 급상승
한편, 학계에서는 사망 과정에서 뇌파가 치솟는 것이 단순히 산소 부족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뉴욕대 랭건의료센터의 샘 파니아 교수는 “사람이 죽으면서 몸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 활동을 제어하는 체계가 고장난다”며 “그 결과 몸 전체로 퍼져야 할 에너지가 뇌에만 집중되면서 뇌파가 급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주마등처럼 인생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미시간대 연구팀의 연구는 이 현상이 뇌의 강력한 전기 신호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이 현상의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죽음 직전 뇌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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